칼럼
컴공과 보내지 마세요
컴퓨터와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의 진로를 정하기 전에, 무엇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 살펴보세요. AI와 함께 기획하고 제작하는 경험이 전공과 만났을 때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이형구렛츠코딩앤플레이학원 원장약 5분
저는 우리 학원 학생들에게 컴퓨터공학과 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1년 넘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아이가 컴퓨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게임 만드는 게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이유로, 소프트웨어(게임)마이스터고 진학을 서두르지 마세요.
진학을 결정하기 전에, 아이에게 꼭 확인해보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확히 뭘 좋아하는 걸까요?
제가 학원에서 만난 학생들 이야기를 먼저 들려드릴게요.
게임 개발을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왜 게임을 만들고 싶냐고 물어보면, 이런 이야기를 해요.
“제가 하고 있는 게임에서 스토리가 조금 변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노트에 적어봤어요.”
“아이템과 스킬을 이렇게 바꾸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노트에 그림을 그려놓은 게 있어요.”
그리고 이런 말도 합니다.
“이렇게 제가 새로 만들어낸 게임을 친구들과 해보고 싶어요.”
저는 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친구들은 이미 뭔가를 상상하고 있었어요. 기존 게임에서 아쉬운 부분을 발견했고, 자기 생각대로 바꾸고 싶었고, 그걸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겁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답을 해주나요?
“너 컴퓨터 좋아하는구나. 컴공과 가면 되겠네.”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으면 마이스터고 알아보자.”
인터넷에서 검색해봐도 비슷한 답이 나옵니다. 소프트웨어학과, 게임콘텐츠학과, 컴퓨터공학과.
그렇게 진학할 학교부터 찾기 시작합니다.
그 전에 조금 더 들여다봤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즐거워했던 건, 자기 생각으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는 일이었을 수 있습니다.
스토리를 상상하고, 규칙을 바꾸고, 내가 만든 걸 다른 사람이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
제가 만난 친구들 중에는 바로 그 부분에 마음이 가 있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마음을 실제 작품으로 옮기는 방법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게임을 만들고 싶으면 먼저 배워야 할 게 많았어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문법을 익히고, 오류를 고치면서, 내가 원하는 기능을 하나씩 구현해야 했습니다.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있어도, 구현하는 기술이 없으면 거기서 멈추는 일이 많았죠.
지금은 그 과정을 AI와 함께 바이브코딩으로 쉽게 구현합니다. 저조차도 2026년 들어서 직접 코드를 작성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게 제가 경험하고 있는 변화입니다.
지금 제가 직접 경험한 변화를 두고, 아이들에게 예전과 똑같은 진로 조언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공식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봤습니다.
제가 살펴본 어떤 마이스터 고등학교 에서는 자바, 웹, 데이터베이스가 주요 교육 내용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학부모님들께는 낯선 단어일 수 있는데요. 전자정부프레임워크. 즉, 정부기관이나 기업에서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SI 개발 업무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구성입니다.
그런 일을 하는 개발자를 키우는 교육이 최근 20년 동안에는 필요했죠. 그런데 현재 2026년 취업시장이 그런 개발자를 필요로 하고 있을까요?
대학을 보면서도 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취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새로 입학한 학생들은 선배들이 배웠던 내용을 똑같이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데, 우리 아이의 몇 년을 어디에 써야 할까.
학부모님들께 한번 여쭤볼게요.
누군가가 시킨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과,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발견해서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생각해내는 사람.
AI가 프로그램을 점점 더 잘 만드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가 어느 쪽의 경험을 더 많이 쌓았으면 좋으시겠어요?
저는 문제를 발견하고,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고, 실제로 만들어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까 학생의 이야기로 돌아가볼게요.
“아이템과 스킬을 이렇게 바꾸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이제 그 생각을 AI와 함께 만들어보게 하는 겁니다.
만든 게임을 함께 플레이해보면서 더 값진 경험을 하게됩니다.
친구도 나처럼 재미있어할까? 왜 어렵다고 하는거지? 다시 하고 싶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피드백을 받고, 고치고, 다시 내놓는 과정에서 배우는 게 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걸 생각하면서 기획력을 기르고, 내가 만든 게임을 해보고 싶게 소개하면서 마케팅을 경험하고, 반응이 기대에 못 미쳐도 다시 고치면서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거죠.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남겠죠. “원장님, 그래서 우리 아이는 무슨 과에 보내라는 건가요?”
저는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를 더 넓게 살펴보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가 역사에도 관심이 있을 수 있잖아요. 타인의 마음이 궁금할 수도 있고, 운동이나 음악, 환경과 동물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관심을 진학과 연결해볼 수 있는 거예요.
역사를 깊이 공부한 아이가 게임을 기획하면 어떤 이야기를 만들까요? 환경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지구를 위한 서비스를 만든다면 어떨까요?
이렇게 전공에서 얻은 지식에, 그동안 쌓아온 기획과 제작 경험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자기가 아는 분야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발견하고, 그걸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고, AI를 활용해서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거죠.
저는 그때 아이가 가진 선택지가 훨씬 넓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컴퓨터와 게임을 좋아한다는 말만 듣고, 아이의 진로를 너무 일찍 좁히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무엇을 상상하는지,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는지, 어떤 것을 만들 때 오래 몰입하는지.
직접 해보면서 알아갈 시간을 주세요.
앞으로 AI에 대체되지 않는 직업이 무엇일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는 10년 뒤를 물어보시지만 당장 한달 뒤도 어떻게 될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잖아요.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알아차리는 능력", "사람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능력", "그 생각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경험" 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생일 때부터 그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노트에 적어둔 스토리를 게임으로 만들어보고, 내가 불편했던 일을 해결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반응을 듣고, 다시 고쳐보는 겁니다.
진학할 학교를 검색하기 전에, 오늘 아이에게 이 질문을 한번 해봐 주세요.
“네가 직접 게임을 만든다면, 어떤 걸 바꾸고 싶어?”
그리고 아이가 신나서 설명하기 시작하면, 그 생각을 실제로 만들어볼 기회를 주세요.
저는 거기서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